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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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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의 눈으로 보는 치매(김근홍)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3-12-17
조회 43806
사회학의 눈으로 보는 치매

김근홍 교수(강남대학교 사회복지전문대학원)

치매의 증상과 원인 그리고 그 치료 또는 극복 방법을 직접 연구하는 의학, 노인학, 상담 전문가 등과는 달리 사회학 또는 더 세분화한 사회복지학에서는 치매 그 자체를 다뤄내지 못한다. 그런 점에서 치매와 관련하여 이야기를 하자면 어딘가 좀 뜬구름 잡는 소리 같아서 선뜻 내키지 않을 때가 많다. 사회학에서는 치매 그 자체보다 치매와 관련한 사회현상을 다루고, 치매 자체의 극복방법보다는 치매에 대한 사회적 대처 방안을 주로 따진다.
 
치매(癡?, dementia)는 사실 옛날부터 있던 병이다. 그 이름을 따져보면 라틴어의 'dementia'를 일본에서 ‘치매’로 번역했고, 그 말이 그대로 우리말로 굳은 것이다.
 
'dementia'를 뜯어보면 'de'는 '지우다, 없애다'는 뜻이고 'ment'는 'mental'에서 보듯 '마음'이라는 뜻이다. 여기에 병을 뜻하는 어미 'ia'가 붙은 것이니, 그대로 옮기면 '마음이 지워지는 병'이 적당할 듯하다. 그렇다면 옛날에 사용되던 '노망(老妄)' 또는 '망령(妄靈)'과 통하는데, 그 말에 묻어나는 부정적인 의미를 낯선 한자어로 덮어서 무슨 말인지 더 모르게 하면서도 어딘가 ‘있어 보이게’‘치매’란 말로 바꿔 놓았을 것이다. 서양에서 굳이 라틴어를 쓴 것이나 마찬가지 의미다. 이렇게 이런 현상은 옛날부터 있었지만, 그것이 오늘날 특히 더 큰 사회문제가 된 원인을 찾는 것이 사회학에서 접근하는 첫 걸음이다.
 
옛날 노망이나 망령은 그저 개인적인 일이요, 숙명 같은 일로 치부되었다. 그 해결 방법은 따로 없고 그저 효(孝)라는 가치 또는 문화로 대처할 뿐이었다. 그래도 오래 사는 노인들이 워낙 적었고, 따라서 사회문제로까지 커지지 않았다. 그러던 것이 오늘날처럼 점점 심각해지는 사회문제가 된 것은 과학의 발달과 자본주의 발달에 따른 인구사회학적 변화와 사회의 변혁 때문이다. 과학이 의학과 위생학, 보건학, 영양학 등의 발달을 불러와 기대수명의 획기적 연장과 더불어 엄청난 인구증가란 인구사회학적 변화를 낳았다. 또 과학은 생산기술의 발달을 낳아 산업혁명과 도시화를 낳으며 자본주의 체제로 전 세계를 통합하였다.
 
그에 따라 전통적인 가정 또는 가족문화와 공동체문화는 사라지고 개인주의와 효율주의가 득세하였다. 인구증가와 기대수명 연장은 치매에 걸릴 확률을 높여 치매 환자가 머지않아 열 명 가운데 한 명에 육박한다. 이렇게 많은 수의 치매환자는 당사자들의 불행도 불행이지만(이젠 숙명으로 보기보다는 질병이나 퇴화로 본다.), 그로 인한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야기한다. 한 마을에 하나 정도 노망든 노인이 있다고 할 때 저마다 알아서 도와주기에 길을 잃는다든가 위험에 처할 일이 별로 없었던 것에 비해 오늘날엔 시설이나 전문가 도움 없이는 언제든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 길 찾기는 비교할 수 없이 어려워지고, 사방에서 달려대는 자동차들은 목숨까지 위협한다. 그리고 거의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젠 효에 맡겨둘 형편이 이미 아니라는 말이다. 사실 자본주의가 그 극단에 가까워진 요즘 자식이 맞벌이를 해도 제 자식 키우며 세상 뒤떨어지지 않고 살기 어려운데, 치매 만난 부모를 지극효성으로 모신다는 것은 아무래도 옛날보다 훨씬 더 예외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사회학도로서 그 대처방안을 아무래도 사회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우리보다 일찍 이런 현실을 맞았던 서구 선진국들은 그래서 좀 더 일찍부터 이 문제의 해결방법을 모색해왔다. 유난히 급격한 격변처럼 이런 현실을 맞은 우리는 그래서 서구의 시행착오를 보고 배우면서 나름의 사회적 대처방안을 모색하였고, 그렇게 해서나온 것이 지난 2011년 제정되어 2012년 2월부터 시행된 ‘치매관리법’이다. 이 법의 목적은 “치매의 예방, 치매환자의 진료·요양 및 치매퇴치를 위한 연구 등에 관한 정책을 종합적으로 수립·시행함으로써 치매로 인한 개인적 고통과 피해 및 사회적 부담을 줄이고 국민건강증진에 이바지함”이다.
 
가장 큰 의의라면 치매를 종합적으로 관리할 계획을 수립하고, 치매 연구 사업을 지원하며, 국가치매위원회와 국립 중앙치매센터를 두어 치매에 대해 여러 학제를 넘나드는 사람들이 함께 치매를 상대할 수 있게 했다는 점이다. 물론 여러 가지 문제들이 아직은 많지만(치매관리법의 현황과 개선방안 참조), 결국 치매에 대해 현대사회가 대처하는 방법의 본보기는 보여준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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